납치에 대한 몇 가지 생각.

개나 소나 다 입에 걸래를 물고 머리속엔 똥만 찬게 왜이리 많냐.

일단 글을 쓰기 전에 말하지만, 저는 안티 개신교에 가까우며,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그 종교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약자라는 점 때문에) 나름의 호의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식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그리고 20c의 기본적인 휴머니즘을 들이마시며 자란 인간입니다.

표현이 너무 과격하기는 해도 (특히 제목이...) 일단 글의 기본적인 내용에는 동의합니다. 다른 인간의 생명을 놓고 죽어라, 순교하라고 태연하게 왈가왈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지요.

납치되어 있는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탈레반들이 납치된 이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인간적인 대우를 해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네들이 싫어하는 이교도인 이상,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 힘들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아침 신문을 보니까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간수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던데요. 견디기 힘든 일임은 분명하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안타까워집니다. 제 주변에도 그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인 친구들이 있기에, 완전히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사태가 어떻게 되었든, 본인의 지인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감있게 내뱉을 수 있는 독설이 아니라면, 제3자를 향해서도 그 혀를 놀려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들이 종교인으로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했던간에, 인터넷에 올라온 편린만을 가지고 그 스물세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완전히 재구성해낼 수 없는 이상은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납치당한 이들에 대해 느끼는 동정은,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은 이들이나,
컬럼비아대 테러 사건에서 한 광인의 총탄에 쓰러져간 학생들이나,
중국에서 수마에 휩쓸려 생명을 잃은 몇십만 명의 사람들이나,
내전에 휘말려 손발을 잘린 시에라리온의 소녀들에 비해서

분명히 아랫단계에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나 자연재해에 자각 없이 휘말린 것이 아닌, 자신이 어떤 위험을 당할지를 알고, 그를 말리는 관계 당국자들의 제지를 뿌리치면서 택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종교와 관계 없는 NGO 활동이나, 저널리즘을 위해 위험 지역에 들어갔다가 납치나 살해를 당한 이들에 비해서도

분명히 아랫단계에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사지로 몰고간 신념이 저의 것과는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모스크에서 찬송을 부르고 이슬람 성인의 무덤에서 예배를 올린다는 행동,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정도로 끔찍합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아서 '그냥 거기서 다 순교하고 오지 그래?'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저도) 불행한 아프간의 어린이와 여인들을 돕는다는 취지는 같더라도, 그를 행하는 방식에서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의료행위의 반대급부로 십자가와 성경을 나눠주고 예수를 찬양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이라면, 저는 그들을 저와 같은 사고방식과 신념을 가진 존재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목숨은 값어치를 매길 수도, 경중을 따질 수도 없는 것입니다. 동정은 조금 덜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을 향한 언행은 마땅히 위험에 처한 생명을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들의 편협함이나 어리석음이나 무지함이나 완고함에 대한 조롱, 할 꺼리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선교 중심으로 폭주하고 있는 기독교의 문제점을 이 기회에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스물세명의 생명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입니다. 일단 살려놓고 봐야죠.


'죽어라' '순교해라'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것은,

이들은 우리 외교부의 능력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고, 우리가 충분히 많은 것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23명 전부, 또는 거의 전부가 무사히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인지는 차치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그들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실실 웃는 얼굴로 야훼께 찬양을 드리며 공항 문을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자신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는지는 자각하기를 바라는 것이겠고,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그런 과격한 발언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는 것, 그것도 자신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죽기를 바란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네요.

하지만 글쎄요,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 저로서는 거부감이 들기는 매한가지로군요.

모쪼록 납치되어 가신 분들이 무사히 살아돌아오고, 그 후에 이성적으로 손익결산서를 만들고 이번 사건의 득실에 대해 의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무엇보다도 악당은 탈레반이라구요, 여기서는.
그 친구들은 미제에 대항해 싸우는 민족주의 구국의 영웅 따위가 아니잖아요. 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랙백 건 이유인데 (...)
"짧은 치마에 화장 짙게 하고 취해서 밤거리를 걷는 여자는 성 폭행 당해도싸다"
"자기가 잘못한거다."
라는 비유를 하셨는데, 이것은 감성에 호소하는 그다지 좋지 못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한 약자이지만, 아프간으로 들어간 선교단원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또한 아프가니스탄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으슥한 동네 골목 정도가 아닙니다. 연쇄강간범 출현 다발지역입니다.
성폭행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이면 최소한 택시라도 잡아타야 하는 지역입니다.
게다가 연쇄강간범이 돌아다니니까 그쪽으로는 가지 말라고, 경찰들이 몸싸움까지 하며 제지를 했는데, 이 아가씨는 자신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신고해 버리겠다고 쏘아붙이고는 당당하게 걸어들어가 버렸습니다.
들어가면서 자켓 앞섶을 풀어헤치고 큰 소리로 노래라도 불러제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처벌해야 할 것은 강간범이지만, 그 여자도 그다지 동정이 가지는 않네요 (...)

by 엘에스디 | 2007/07/24 10:34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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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ena9 at 2007/07/24 11:19
미니글루의 침묵을 깬 것이 이런 글이라니?! ...
Commented by 지나가는이... at 2007/07/24 11:20
100%공감합니다..
Commented by 구루미 at 2007/07/24 12:04
공감 붕어빵 백개.... 그나저나 협상이 잘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_~
Commented by Filia at 2007/07/25 13:51
후우... 모스크에서 찬송 부르고, 성인 무덤에서 예배 올렸다는 거 믿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_-; 인간에겐 최소한의 지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으려나... 어쨌든 맞아도 싼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정말 그 사람이 구타를 당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보기 땜시... 'ㅅ';

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같은 생각임.
Commented by 실버 at 2007/07/25 17:41
미니미니는 언제 올라오나요!
Commented by weywey at 2007/07/26 09:55
반대만을 위한 찌질한 반대글일 뿐 제대로 된 논리도 없구만
Commented by 엘에스디 at 2007/07/27 08:03
오오 드디어 여기에 첫 키워가 등장... ㄳㄳ
이것은 마치 뉴요커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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